「……왜?」 “왜가 어디 있어, 이 새끼야.” 전화해서 지금 어디냐고 묻자 놈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내며 망설였다. “좀 보려고 그런다. 집이야?” 「아니…….」 집이라면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놈은 마침 이 근처라고 했다. “그럼 볼일 다 보면 우리 집으로 와. 늦어도 되니까.” 전화를 끊자 터져나오는 건 한숨이었다. 뭐라도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
좀 보자고 했더니, 항상 집으로 오라고 하는 놈이 웬 카페로 오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늘 옆에 달고 다니던 하나마키도 없었다. 하나마키를 떼어놓기 위해 밖에서 보자고 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츠카와가 말했다. 앞뒤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험상궂은 얼굴이 오늘따라 험악했다. “뭐가.” “오이카...
좀 늦어지니 분명 어딘가 카페라도 찾아서 들어가 있으라고 말했을 터였다. “악, 우왓! 오……오이카와?!” 이 망할 자식은 불도 켜지지 않은 복도에서 하얀 입김을 조용히 내뿜으며 궁상맞게 주저앉아있었다. 현관 앞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인영이 오랜 친구라는 것을 깨달았는데도 너무 놀라 비명이 절로 터져나왔다. “미친놈아, 춥잖아! 이 새끼가 진짜 큰일나려고....
“뭐? ……결혼?!” 큰 소리를 낸 것은 마츠카와였지만 옆에 있던 하나마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폭탄 선언을 한 이와이즈미 혼자만이 태연했다. “너 저번에 차이고서 한 달도 안 되지 않았어? 어디서 갑자기 누구를 만난 거야!” “아, 선 봤어.” “뭐……?!” 마츠카와가 기가 막혀서 눈만 깜박이다가 탄식을 뱉듯이 말했다. “너 죽어도 연애...
친구 두 명이 살림을 차렸다. 시커먼 사내새끼들끼리 서로 좋다고 붙어먹는 주제에 고등학교 때부터 당당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누가 안 좋게 볼까 두려워하며 눈치를 보기는커녕 남의 인생에 웬 참견이냐, 싫으면 네가 꺼지라는 식이었다. 둘의 관계가 “기분 나쁘다”고 마츠카와에게 말한 동급생에게 하나마키가 한 말은 아직도 가끔씩 동창회에서 회자되곤 했다. 「...
토요일 점심 시간, 번화가 한가운데의 광장은 젊은 남녀로 활기차게 북적였다. 하지만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인파 속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야, 저 사람 봐, 저 사람.”“헉…… 진짜 잘생겼다. 연예인인가?”“연예인인 것 같은데…… 누구야?”지나가던 여자들이 마치 다 함께 약속하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한 번씩 발길을 잠깐 멈추...
TV 속 토크쇼에서는 스타들의 과거 연애담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둘 다 TV를 잘 보지 않기에 그 연예인들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채로 그냥 대충 틀어놓고 있는 상태였다. 어차피 메인은 TV가 아니라 앞에 깔아놓은 술과 안주였다. 살찐다고 처음에 거절을 한 주제에 스가는 마츠카와가 눈앞에 복숭아 맥주를 내밀어 살살 흔들자 캔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민망하다...
일생일대의 고민 끝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당일에 생애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그 친구들 중 한 명일 줄은. 그것도 그 커밍아웃을 한 그 자리에서, 폭풍같은 고백을 받고서.“앗, 이게 뭐야.”수업 끝나고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유빵에 스카치 테이프로 메모지를 붙여놓은 것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고 회오리 같은 것이 인생이라지만, 이번 회오리는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라고 이와이즈미는 생각했다. 졸업을 하루 앞둔 저녁, 아오바죠사이 배구부 3학년 4인방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 무리로서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뭉쳤다. 뭐 졸업한다고 얼굴 안 볼 것도 아니었고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 페어, 마츠카와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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